[문학뉴스=이석번기자] 고희(古稀)를 넘긴 춤꾼 국수호. 그는 자신이 걸어온 춤 인생을 ‘춤시(詩)-오딧세이’로 엮어 다음달 12, 13일 오후 8시 삼성동 SAC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지난 9월 대학로 아르코소극장에서 공개한 작품 ‘무위(無爲)’에 이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완성한 신작이다. 젊은 창작자들보다 훨씬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은 “내 친구 국수호는 춤꾼이다. 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진짜 춤꾼이다. 그를 평가하는 세상의 시선은 다양하겠지만, 애초에 삶과 작품이 격렬한 평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인이라 할 수 없다. 나는 국수호를 사랑한다. 한 인간으로서, 한 예술가로서, 그리고 진짜 춤꾼으로서 그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한다”라고 말한다.
이번 작품은 ‘오딧세이’라는 서양적 사고와 동양의 핵심 사상-문화 전반을 ‘악(樂): 시(詩). 가(歌). 무(舞)’로 정립했다. 기원전부터 기원후 후대까지를 포함하는 동양 문화사조의 맥을 짚어 예술적 구조의 틀을 만들고자 했다. 총 6장으로 문학(文學), 신화(神話), 제도(制度), 인습(因襲), 전설(傳說), 악(樂)으로 구성했다.
올해 창작한 두 작품 ‘무위’와 ‘춤시-오딧세이’ 는 기획의도부터 확연히 다르다. 지난 9월에 올린 ‘무위(無爲)’는 자아성찰과 동시에 자신의 춤새를 정리했다면, ‘춤시(詩)-오딧세이’는 무용인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1장 문학은 도연명(陶淵明)의 시(詩) <의고(擬古)>에 등장하는 노래 ‘고란조(孤鸞操)’, ‘별학조(別鶴燥)’를 선보인다. 2장 신화는 1500년전 고구려 벽화에 등장한 신화적 이미지로 고구려의 기백이 강하게 느껴지는 학을 탄 신의 모습 ‘학탄신(鶴誕神)’을 표현한다. 또 3장 제도에서는 가산지역(옛 대가야의 지역 특성을 지닌 곳)에서 4세기 우방악이 일본 진소리고(進蘇利古)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과 가야문화를 넘어 가산오광대 무악 원류의 모습을 찾는 ‘가산무악(駕山舞樂)’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어서 4장 인습에서는 한국 전통 한(恨)의 결정체인 애(哀)를 승화시킨 ‘비천(飛天)’을 풀어낸다. 5장은 인도, 중국 및 일본까지 알려진 전설의 새, 태양조 ‘가루다’의 이야기로 ‘금시조(金翅鳥)’가 엮어내는 전설(傳說)의 오딧세이를 그린다. 마지막 6장 악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 ‘정읍사(井邑詞)’를 바탕으로 월광(月光)이라는 한판 춤이 펼쳐진다. 이어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를 한국춤으로 군무화해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수호가 ‘춤의 귀환’ 때 선보인 적벽가의 <용호상박(龍虎相搏)>에 비견될 작품으로 여성창 소리에 맞추어 화려한 군무로 소개할 예정이다.
수십 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고증 그리고 연구를 거쳐 작업하기로 유명한 국수호의 안무노트. 그 한 페이지를 읽는 ‘춤시(詩)-오딧세이’는 문학이 ‘악(樂)’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수호(앞쪽)는 국립창극단의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안무자로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석번 기자]
이번 공연에는 출연진도 화려하다. 국수호는 1장 도연명의 춤시(詩)에서 직접 나선다. 김평호 디딤무용단 대표가 함께 오른다. 또 ‘학탄신’에는 서울시립무용단 수석으로 있는 신동엽이 참여하고, 한국 최고의 무용수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현대무용가 류석훈(더바디컴퍼니)이 ‘비천’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설의 ‘가루다’ 금시조는 서울시립무용단 수석으로 있는 최태헌이 펼치고, 정읍사의 월광은 홍정윤이 관객 앞에 선다.
또한 작곡자 강상구의 역할이 크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남한산성의 피는 꽃-이화>, <月人-달의사람들>, <무위>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해 왔다. 특히 이번 ‘춤시(詩)-오딧세이’에서는 전통과 창작적 실험 정신을 더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